AI 활용 · 지침 파일 정리법
AI가 멍청해진 게 아닙니다
반년 전에 쓴 지침이 발목을 잡는 겁니다
클로드 코드가 시스템 지침 2,686단어를 514단어로 줄인 사건과,
내 지침을 정리하는 5가지 기준·프롬프트 3종을 정리했어요.
(2026년 8월 기준)
시스템 지침 단어 수 [2]
가장 잘 지킨 모델의 준수율 [3]
조용히 빼먹는 오류가 [3]
🧹 핵심을 한 문장으로 풀면요
지침을 지웠더니 성능이 좋아진 게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게 발견이에요.그 규칙들이 애초에 하고 있던 일이 없었다는 뜻이거든요. 읽어 보면 다 그럴듯하고, 지워 봐야 드러납니다.
1 지침이 자산이라는 착각
2026년 7월 27일, 클로드 코드를 만든 보리스 체르니가 와이컴비네이터 스타트업 스쿨 무대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6개월마다 여러분의 claude.md 파일을 지우고, 스킬을 지우고, 훅을 지우세요. 그러고 나서 모델이 어떻게 하는지 보세요. 놀랄지도 모릅니다" [1].
그런데 이 절제된 사실이 오히려 더 무섭습니다
성능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라면 "더 잘 쓰는 방법이 있구나" 정도로 끝납니다. 손실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다릅니다. 그 지침들이 애초에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몇 달에 걸쳐 쌓아 온 규칙 스무 줄이, 실은 읽히지도 지켜지지도 않은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열립니다.
"전체를 지운 다음, 한 줄씩 다시 넣으면서 각 줄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라"는 것입니다 [1]. 이건 이진 탐색이에요. 지침을 자산으로 여기면 절대 못 하는 실험이고, 부채로 여겨야 비로소 가능한 실험입니다.
2 왜 지침이 많을수록 나빠지는가
이게 실무에서 가장 위험한 대목입니다. 모델이 "지시가 너무 많아 다 못 지키겠습니다"라고 말해 주면 우리는 지침을 줄일 겁니다. 그런데 모델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요. 조용히 빼먹고, 나머지를 매끄럽게 완성해서 내놓습니다. 사용자는 무엇이 무시됐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세 가지를 합치면
지침을 늘리는 행위는 지시를 강화하는 게 아닙니다. 지시들끼리 자리를 다투게 만드는 일이에요. 스무 줄짜리 지침에 한 줄을 더하면, 그 한 줄이 지켜질 확률만 생기는 게 아니라 기존 스무 줄이 지켜질 확률도 함께 깎입니다.
3 그런데 왜 우리 지침은 계속 길어졌을까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침은 대부분 사고 대응으로 쓰이기 때문이에요.
추가에는 계기가 있는데, 삭제에는 계기가 없습니다. 체르니가 제시한 절차가 정확히 이 비대칭을 겨냥해요. "같은 지점에서 반복해서 넘어지는 걸 봤을 때, 그때 다시 넣으세요" [1]. 한 번의 실수는 규칙을 만들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재발이 근거예요.
지침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입니다. 쌓아 두면 그냥 늘어나는 게 아니라, 모델 세대가 바뀔 때마다 이자가 붙어요. 그리고 그 이자는 ②에서 본 대로 다른 지침들의 준수율로 갚아집니다.
4 지울 것과 남길 것, 단 하나의 판별 질문
지침 한 줄을 앞에 두고 이렇게 물으면 됩니다
"이 줄은, 모델이 더 똑똑해지면
저절로 알게 될 내용인가?"
예: "단계별로 생각해", "코드 블록을 닫아", "설명을 장황하게 쓰지 마", "마크다운 형식을 지켜", "답을 지어내지 마".
1) 보안·컴플라이언스 규칙(접근 금지 경로, 다루면 안 되는 데이터)
2) 팀의 합의(코드 컨벤션, 브랜치 전략처럼 정답이 아니라 약속인 것)
3) 우리 사업만의 사실(제품명 표기, 가격 정책, 금지 표현)
4) 되돌리기 어려운 행동의 차단선(배포, 결제, 삭제)
ℹ️ 삭제를 권하는 조언이 퍼지면서 "보안 정책이나 파괴적 명령 차단까지 지우면 안 된다"는 단서가 여러 해설 글에 붙었습니다. 다만 밝혀 둘 것이 있어요. 이 단서는 체르니 본인의 발언이 아니라 기자와 실무자들이 덧붙인 논평입니다. 그럼에도 타당합니다. 위 네 종류는 "모델의 약점을 메우는 규칙"이 아니라 모델이 알 도리가 없는 외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5 다섯 가지 기준과 before / after
6 정리 프롬프트 3종
아래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AI 지침 파일이야. --- [지침 전문 붙여넣기] --- 각 줄을 아래 세 가지 중 하나로 분류하고, 한 줄 근거를 붙여 줘. A. 지워도 됨: 너 정도 성능의 모델이면 지시 없이도 이미 하는 내용 B. 남겨야 함: 보안·컴플라이언스, 팀 합의, 우리 사업만의 사실, 되돌리기 어려운 행동의 차단선처럼 네가 알 수 없는 외부 정보 C. 판단 보류: 근거가 부족해 확신할 수 없음 칭찬이나 완충 표현은 쓰지 마. A로 분류한 줄은 개수를 세어서 알려 줘.
방금 지침을 전부 비운 상태에서 다음 작업을 시켰어: [작업 설명] 결과에서 내가 원래 걸어 뒀던 규칙과 어긋난 지점만 찾아 줘. ① 어긋난 지점 각각에 대해, 그걸 막으려면 어떤 규칙 한 줄이 필요한지 써 줘. ② 그 규칙이 이 작업 한 번에만 해당하는 일회성인지, 앞으로도 반복될 성질인지 구분해 줘. ③ 일회성이면 규칙으로 만들지 말라고 명시해 줘. 반복될 성질로 판정한 것만 최종 목록에 올려 줘.
아래 지시문은 단계를 하나하나 지정하는 방식이야. --- [단계형 지시문 붙여넣기] --- 이걸 세 부분으로 다시 써 줘. ① 목표: 무엇이 끝나면 되는가 (한 문장) ② 지킬 선: 무슨 일이 있어도 하면 안 되는 것 (3개 이내) ③ 잘된 기준: 결과가 맞는지 내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 (검증 가능한 형태로) 원래 단계 중에서 ①~③에 흡수되지 않고 남는 게 있으면, 그게 정말 필요한 제약인지 아니면 습관인지 표시해 줘.
7 지우기 전에 반드시
체르니의 조언에는 안전장치가 함께 붙어 있습니다. 지우기 전에 어딘가에 저장해 두라는 것, 그리고 예전에 못 풀던 어려운 문제를 다시 던져 보면서 프롬프트를 줄였을 때 어떻게 하는지 관찰해 보라는 것입니다 [1].
⚠️ 이 이야기는 지침 파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침을 길게 쓰는 사람의 심리는 "내가 원하는 걸 빠짐없이 못 박아야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입니다. 기획에서 같은 심리는 "내가 답을 다 정해 두어야 시장이 따라온다"로 나타나요.두 경우 모두, 정해 두는 항목이 늘어날수록 상대가 알려 줄 수 있는 정보가 줄어듭니다. 모델에게 스무 단계를 지정하면 모델이 찾을 수 있었던 더 나은 경로가 막히고, 기획에서 답을 다 정해 두면 고객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말할 자리가 사라집니다.
💡 지침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입니다
2,686단어를 514단어로 줄였을 때 벌어진 일은 성능 향상이 아니라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지침들이 하고 있던 일이 원래 없었다는 뜻이니까요.
우리 파일에도 같은 줄들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읽어 보는 게 아니라 지워 보는 것이에요. 읽으면 전부 그럴듯해 보이고, 지워야 무엇이 실제로 일하고 있었는지 드러납니다.
참고 문헌 (References)
[2] M. Quimby, "Claude Code Cut 80% of Its Prompt. Yours Should Too," DEV Community, Aug. 2026.
[3] D. Jaroslawicz et al., "How Many Instructions Can LLMs Follow at Once?," arXiv preprint arXiv:2507.11538, 2025.
[4] N. F. Liu, K. Lin, J. Hewitt, A. Paranjape, M. Bevilacqua, F. Petroni, and P. Liang, "Lost in the Middle: How Language Models Use Long Contexts," Transactions of the Association for Computational Linguistics, vol. 12, pp. 157-173, 2024.
[5] K. Hong, A. Troynikov, and J. Huber, "Context Rot: How Increasing Input Tokens Impacts LLM Performance," Chroma Technical Report, Jul. 14, 2025.
[6] J. Zhou et al., "Instruction-Following Evaluation for Large Language Models," arXiv preprint arXiv:2311.079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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